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일대는 양주시에서도 생활환경이 매우 취약한 지역 중 하나다.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낮지만 무엇보다 한부모나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이 많다. 학원은 커녕 방과 후에도 돌봐 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일쑤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잘 알고 있던 백소영 센터장은 4년 전 이곳에 지역아동센터인 희망스토리를 열었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이곳으로 와 숙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배운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바이올린 특강이 있고 양주시에서 파견한 생활체육 교사와 함께 하는 신나는 체육 시간도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같은 교과목들도 공부하고 중국어도 배운다. 아이들의 지속적인 교육을 위해 미술, 음악 전공 교사를 채용해 모두 7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본다. 토요일마다 문화체험도 한다. 연극, 뮤지컬, 전시회 등 평소 접해 보기 어려운 것들을 체험하는 시간이라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희망스토리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모두 81명. 원래 정원은 69명(인가 당시 정원은 49명이었지만 올해 6월부터 69명으로 늘었다)이지만 ‘여기 다니고 싶다’며 찾아오는 아이들을 차마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다른 지역의 아동센터 정원이 보통 30명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규모. 사설 학원 부럽지 않은 알찬 프로그램, 넓고(1, 2층을 합친 면적이 약 100평) 깔끔한 시설, 맛있는 식단 등으로 입소문이 난 덕분이다. 그만큼 센터의 부담은 크다. 급식비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철저히 정원수에 맞추어져 있어 나머지 아이들은 고스란히 희망스토리의 몫이다.
20kg짜리 쌀은 이틀이면 바닥이 나고, 균형 잡힌 식단을 고집하다 보니 재료 구입비도 적지 않다. 일 년 예산의 절반이 급식비로 나갈 정도. 백소영 센터장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식비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런 어려움에서였다. 백 센터장은 ‘사정이 딱한 아이들이 정말 많다’며, ‘학교에서 먹는 점심과 여기서 먹는 저녁이 아이들이 그나마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는 때’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이런 건 한 번도 못 먹어 봤다’고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편식도 심했죠. 자꾸 먹이면서 습관을 들였더니 지금은 뭐든 깨끗하게 다 비워요. 한 번은 의정부에서 공연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햄버거를 사서 나누어 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여기는 시골이라 햄버거 가게 같은 것도 없고, 사 주는 사람도 없으니 아이들에게 햄버거는 특식 중의 특식이었던 거죠. 방학 때는 점심, 저녁 두 끼를 제공하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안 하고 저희 센터로 와요. 오전에는 우리도 행정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오라고 해도 듣지 않아요. 여기 오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걸 아니까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 방학 때가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예요(웃음)”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 위한 심리 치료 절실
희망스토리는 법인이 아닌 백 센터장 개인이 만든 민간 지역아동센터. 그렇다 보니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설립 후 처음 2년간은 사비를 들여 운영했다. 3년째인 지난해부터 매달 운영비로 100만원을 보조받다가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지역아동센터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올해부터 운영 보조금이 390만원으로 올랐다. 11명의 직원들, 81명의 아이들과 생활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백 센터장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웃었다.
“별다른 지원이 없으니 늘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하러 다니는 게 일이예요(웃음). 사실 급식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탓에 여기 오는 아이들 상당수가 정서 불안과 심리적 장애를 안고 있거든요.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해 아이들도 몇 명 있고요. 그래서 이번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에서 진행하는 테마기획사업에도 제안서를 냈어요. 의정부 병원 소아정신과와 경기도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아동발달센터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 우리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사업비를 지원해 주십사 하는 내용이에요. 심리 치료는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거든요.”
그는 이어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들려주었다. 이곳에 온 지 1년 된 혜주(가명), 민주(가명) 자매는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건강도 좋지 않은데다 정신질환 탓인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할머니 밑에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방치’된 상태였다. 혜주는 고학년이 되면서 부쩍 얼굴이 어두워졌고 민주는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져드는 증세를 보인다. 기면증을 의심한 선생님들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외지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지만 ‘잠을 좀 많이 잔다고 해서 애를 병원에 데려가느냐’며 반대해 여전히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찬우(가명)는 부모에게 제대로 된 자극을 받지 못한 탓에 여덟 살이지만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로 글자도, 숫자도 읽을 줄 모른다. 그 와중에도 성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내고, 성교육에 관한 책이나 인체와 관련된 책을 꺼내 그림만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성진(가명)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밤을 새워 컴퓨터를 할 정도로 컴퓨터 중독 증세가 심한 아이. 성인물도 스스럼없이 봐 선생님들을 당황시키곤 한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ADHD는 이곳에 오는 아이들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증상. 백 센터장은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이곳을 떠난 이후 사춘기를 겪으며 반사회적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크다. 그가 제안한 아이들의 정서 안정과 심리 치료를 위한 지원 사업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가정에서 받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누군가 대신해 주고 따뜻하게 품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스토리의 설립 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그 아름다운 공간이 더 이상 고군분투하지 않도록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아이들에게 사랑 나누어 주기<기부클릭!!>
<http://happyexchange.chest.or.kr/help/view.jsp?idxI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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